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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낙엽따라 가버린 사람

기사입력 2011.11.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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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칠 수필가 ~@img!!존경하는 C선배님!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이렇게 급작스레 영별을 할수 있단 말인가요. 엊그제 뵐때도 밝은 웃음을 주신분이, 오늘 아침 충격스런 부음을 전해 주시다니. 그동안 지병으로 고생 하시면서도, 특유의 강인함으로 병마를 이기셔서 우리모두 축복을 해 드렸었는데. 지난번 ‘환경보호지킴이 자연정화활동’에도 나오셔서 농담을 나눴었고, 선후배들과의 모임에도 꼭 얼굴을 보여주셔서 든든 했는데.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를두고 하는 말 인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살아 있다는게 무엇인지? 이승과 저승의 차이가 무엇인지?. 도무지 분별하기 어려운게 우리네 인생사 같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드리웠던 만산의 홍엽이 소슬한 늦가을 바람에 나락으로 지듯이, 선배님은 2011년 동짓달 초하룻날, 쓸쓸한 낙엽처럼 그렇게 가셨군요. 행운유수와 같은 인생무상과 허무를 곱씹으면서 삼가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천붕지통의 충격과 슬픔에 빠지신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C선배님! 조문자리에서 선배님 영정을 뵈오니, 새삼 옛날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 했지요. 선배님과의 인연, 참으로 고맙고 아름답고 보람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되돌아 보면 한세대의 세월 저편에 묻혀버린 1970년대 중반, 우리는 새마을사업의 한솥밥을 먹는 선후배 공직자로 만났었지요. 선배님은 공직이나 인생연륜 모두 저보다 훨씬 높으셔서, 항상 제가 따르며 배웠었지요. 저를 친동생처럼 아껴 주셨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셨지요. 특히 일이 많아 사흘돌이로 밤샘작업을 할때면, 지루함과 피로를 풀기위해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즐겨 듣곤했지요. 아무리 다급하고 괴로워도 콧노래 흥얼거림으로 낙관을 잃지 않으셨던 선배님. 선배님은 공군군악대 출신으로 음악에 남다를 조예가 계셨지요.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몇일을 듣고도 남을 음악테이프를 번갈아 바꾸면서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트롯트, 가곡, 크래식, 흑인영가, 미국민요, 교향곡등등. 그런 감미롭고 장쾌한 음악덕분에, 산더미 같은 개발업무를 재미있게 수행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배님은 특히 트롬펫을 잘 부셨는데, 여가에 들려주시던 명곡연주가 일품 이셨지요. 토요일 오후 적막이 내려앉은 사무실의 작업장에서, 마치 궁중연주에 초대된 왕공귀인마냥 턱을 괴고앉아 감상하던 선배님의 연주가 어제일 처럼 명멸하네요. ‘파란하늘과 하얀구름, 축복받은 밝은 낮과 신성한 어두운 밤...’으로 이어지는 루이암스트롱의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아! 감명 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있지요. 쥬페의 ‘경기병 서곡’.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르린필의 경기병 서곡은 행진곡풍의 씩씩함과 보무당당한 군대의 장중함이 어우러진 또다른 감동 이었지요. 용사들의 전진과 후퇴, 승리와 죽음, 생사와 비애가 응축된 연주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완벽한 드라마 같이, 멋진 조화를 이루어 듣는이의 심금을 울렸지요. 저는 음악에 문외한이라 처음에는 생소하였지만, 들을수록 감흥이 생겨서, 그후 경기병서곡은 아마 수백번도 더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시대, 힘든 공직자의 길에서 희망과 자신을 갖고 매진할수 있도록 힘을 준 것은, 30년전에 선배님이 들려 주셨던 ‘경기병 서곡’ 이었음을 잊지않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C선배님! 나목의 끝머리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허전함 속에 밀려오는 아쉬움이 한방울의 존경과 감사로 선배님의 영결종천을 축원합니다. ‘천지는 만물이 묵어가는 여관이요, 인생은 천지사이를 섬광처럼 스쳐가는 나그네’라는 옛말씀이 더욱 새롭게 다가 옵니다. ‘경기병 서곡’을 선배님 영전에 바칩니다. 삼가 영면 하소서. (김 영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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