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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담없이 즐기는 우리 역사 얘기

기사입력 2012.04.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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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정권의 역사, 무인들의 존재의미 ~@img!!김 영칠 수필가 요즘 어느 민간방송에서 방영중인 ‘무신(武神)’드라마가 자못 재미 있습니다. 허구와 가식이 섞여 있긴해도 부담없이 즐기는 맛이 꽤 있습니다. 드라마 무신은 고려시대 최씨정권의 얘기인데요. 최충헌이 년로해 죽고 그 아들들 간의 권력다툼에서 장자인 최우가 극적인 반전으로 정권을 잡는 장면들이 흥미를 돋꾸어 주는군요. 현대사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군사정권의 선례라 할까요. 아무튼 우리역사에는 무인들에 의한 국가권력의 찬탈사례가 심심치 않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군사정권은, 국가가 정치불안과 혼란으로 유지기능을 상실하여 무방비의 약점을 드러낼 때, 무인집단이 정권을 가로채는 행위입니다. 군사정권의 특징은 민주적 합의절차를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인 목적달성과 일방적이며 상명하복식의 복종문화를 생산합니다. 특정 집권자와 몇몇의 두뇌집단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독재체제로서 그 폐해가 큽니다. 그러나 무인출신 이라도 탁월한 학문적 소양과 식견, 비범한 경영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발전과 융성을 가져온 사례도 있는 만큼, 양비론적인 사고방식으로 주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사정권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왕건이나 이성계를 그 원조로 보는분도 있고 연개소문이나 고려 무신정권을 시초로 꼽는 이도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확실히 이해 해야 할 것은, 국가나 사회체제가 생성되는 고대에는 문무의 확연한 구분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대에는 무력이 국가존립의 가장 큰 힘 이었고, 그 힘은 사회질서 유지의 최대가치 였거든요. 지배자는 유능한 군인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문인의 자질이 필요 하였습니다. 어느 때고 국가위급시에는 칼을들고 전장에 나가야 했고, 싸움이 끝나면 돌아와 통치를 해야 했지요. 우리가 알고있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무려 500여년간이나 힘에 의한 약육강식의 다툼이 벌어져서, 수십,수백의 군소국가들이 나중에는 6,7개로 정리가 되고, 최후에는 시황제의 진나라로 통일되었지요. 이때는 다른 무엇보다도 힘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공자나 맹자같은 성현들의 학문적 이론이 전혀 먹혀들지를 않았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예만해도 풍신수길이 일본전역을 통일하기까지, 100여년동안 군웅들의 하극상과 칼바람이 계속되었지요. 인류역사의 경험에 의하면, 무력 곧 군사력은 국가 존립의 절대적인 요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를 갖고있어도 힘이 약하면 지킬수가 없고, 힘이 없으면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발해와 백제, 고구려의 멸망, 몽고의 침략과 100년지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탈 그리고 현대사의 6.25전쟁등 숱한 시련이 생생한 증거이지요. 그래서 만주대륙을 석권했던 고구려의 상무정신을 민족혼의 상징으로 숭상하고 힘의 위대성을 긍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왜 그 강대했던 상무혼의 나라가 당나라에 망하였는가? 그것은 막강한 군사력을 받쳐주는 문치의 힘, 곧 국민총화가 결여된 것이 고구려 패망의 결정적 원인이라는데 사가들의 견해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고구려가 비록 무력은 강했지만, 내부의 불화와 반목, 배신이 스스로를 주저앉게 만든 거지요. ‘말위에서 나라를 얻을수는 있지만, 나라를 다스리려면 말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력과 문치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국가운영의 관건입니다.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부작용이 생기니까요. 무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군사정권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반드시 정치권력의 부패와 추잡한 패거리싸움,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어버린 파렴치한 정부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되면 방황하는 백성이 의지할 곳은 힘을 가진 군부밖에 더 없지요. 앞서 말씀드린 고려의 무인시대는, 극도로 타락하고 무능했던 고려왕정이 스스로의 명을 재촉 하기위해 불러들인 앙화나 다름 없습니다. 장기간의 평화무드속에 지도층이 타락하고 사회기강이 문란해 지면서, 무신을 인간이하로 멸시하고 극심한 차별대우를 계속하자 무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거니까요. 임금의 호위대장이 권신의 막돼먹은 아들에게 수염을 불태우키는가 하면, 대장군이 임금의 놀이개 감이 되어 나섰다가 새파란 문신에게 매까지 맞는 모욕을 받았다면, 감정의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참을수 없겠지요. 나라와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주지육림의 쾌락에 빠져 살림을 거덜낸 한심한 임금. 그런 어리석은 군주에 빌붙어 온갖 부귀영화와 권세를 탐한 가증스러운 권신들. 그들이 합작으로 공연한 추잡하고 시건방진 단막극은, 결국 분노한 무신들의 철퇴에 종지부를 찍게 되고, 이후역사는 무지막지한 칼잡이들이 무려 100년을 농단하는 암흑의 시대로 떨어지게 되지요. 그러면서 고려는 서서히 석양으로 기울어 가고요. 역사의 심판은 이처럼 무섭고 냉혹하고 엄정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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