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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탄강(漢灘江)과 고석정(孤石亭)

기사입력 2012.05.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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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원도협회 사무처장 김 영 칠 ~@img!!‘아름다워라 절경 한 구역/ 옛부터 이름난 고석정/ 물이 깊어 검푸르고/ 골은 돌아 몇 굽인데/ 삼백척/ 큰 바위하나/ 강 복판에 우뚝 솟았네 (중략)‘. 노산 이은상 선생의 ’고석정 찬시‘이다. ‘고석정’은 한탄강 계곡의 한 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큰 바위와 그 옆의 정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현무암의 기암절벽과 도도하게 굽이치는 강물의 숨결이 철원8경을 빚어 놓았는데, 그 비경의 절정이 고석정이다. 철원은 거대한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고장이다. 태초에 평강의 오리산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그 뜨거운 마그마가 대지를 덮었다. 그리고 가장 약한 부분이 급류에 파이면서 쏟아져 내려간 흔적이 오늘날의 한탄강 계곡이다. 한탄강은 북쪽 평강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의 임진강에 이르는 장장140여㎞를 평균 50m의 수직단애를 만들면서 마치 거대한 뱀처럼 흘러간다. 철원대평원의 한가운데를 깊게 헤집으면서 거대한 골짜기를 만든 자연의 힘도 위대 하거니와, 굴곡의 웅장함과 생김새의 다양함 또한 신비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강을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일강이 이집트의 젖줄이라면, 한탄강은 철원의 젖줄이다. 영원한 이땅의 어머니이자, 경건한 신앙으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다. 철원평야의 따뜻한 젖줄이 되어 수많은 생령들을 살리고 격양가 드높은 풍년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홍수로 포효하여 세상의 나태와 교만을 질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탄강은 위대한 조각가들의 심오한 예술혼이 끼를 펼치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노천전시장이다. 이 경이스러운 계곡에는 물과 흙, 돌과 바람의 자연이 빚은 탁월한 예술솜씨들이 도처에 펼쳐져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기발한 구상이 곳곳에 형상화 되어 있고,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영혼을 넘나드는 명연주가 펼쳐지고 있다. 천지자연의 순수한 멋과 웅대한 파노라마의 감흥은, 이곳을 찾는 이들만이 누리는 황홀한 특권이기도 하다. 한탄강 복판에 물결을 박차고 우람하게 솟아있는 ‘외로운 바위(孤石)’는 가히 신의 솜씨이다. 높이 30m, 몸통둘레 20여m의 단일암석으로 강 한가운데 수직으로 치 솟아 있는데, 접근이 쉽질 않고 바위 정상에는 수령미상의 노송 몇 그루가 청정한 기품으로 운치를 자아낸다. 그 형상은 마치 시대와 역사를 증언하는 고독한 지사(志士) 같기도 하고, 천하절승의 기교를 명곡으로 이끌어 내는 열정의 지휘자 같기도 하다. 하여 때로는 폭포같은 시련을 혼자 몸으로 막아내는 수문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호수위에 실루엣같은 자취를 그리며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천사가 되기도 한다. ‘외로운 바위’가 의연한 절조의 선비라면, 그 옆의 고색창연한 ‘고석루’는 맵시 날렵한 여인의 자태로 쌍벽이 되어 경관미를 완성한다. 절벽을 짙게 드리운 울창한 수림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낸 누각위에는 이 땅을 살다간 뜻있는 왕후장상과 영웅, 시인묵객들의 흔적이 서려있다. 일찍이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의 어람(御覽)이 있은 이래, 고려의 국통 무외(國統無畏)가 넋을 놓았고, 여말의 이곡과 조선조의 허목은 풍월로 상찬했다. 임진,병자란때는 의병의 함성, 6.25국난때는 적도에 맞서는 끓는 혼의 절규, 썩은정치에는 의적 임꺽정의 분노가 눈물되어 흘렀었다. 오늘날 한탄강에는 아름다운 철제빔의 아취형다리가 몇 개씩 놓이고, 그 위를 고석정에서 출발한 안보관광차량들이 유쾌하게 질주한다. 바야흐로 통일의 새시대를 앞당기는 힘찬 활갯짓이다. (김영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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